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규모가 다시 한번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하면 190조원에 육박한다. 아직 확정된 실적은 아니지만 현재 증권가의 예상대로라면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으로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실적 전망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시장 전반의 가격과 수익성이 함께 올라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189조원 전망
9월 28일 기준 와이즈리포트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04조7,647억원, 영업이익 111조3,772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매출 99조5,381억원, 영업이익 78조1,291억원으로 예상됐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산하면 약 189조5,000억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치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처음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AI 서버에 사용되는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의 판매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중요한 점은 현재 숫자가 어디까지나 증권가 전망치라는 것이다. 실제 3분기 실적은 기업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HBM만 잘 팔린 것이 아니다
이번 반도체 호황을 HBM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버 한 대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 HBM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일반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등에 들어가는 낸드 수요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범용 D램에 투입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려워지면서 메모리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전망을 인용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출하량뿐 아니라 제품 판매가격까지 실적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도 HBM 생산 비중 확대
삼성전자의 D램 생산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KB증권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생산능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3%, 내년에는 4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범용 D램 비중은 같은 기간 73%에서 65%, 이후 59%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가 단순히 HBM 판매량 증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있다.
제한된 생산라인을 HBM에 더 많이 배정하면 범용 D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AI용 고부가 제품의 성장과 기존 메모리 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190조원 전망에도 변수가 있다
시장 전망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9월 29일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04조원과 70조원으로 예상했다.
합산하면 약 174조원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190조원 수준보다 낮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환율이 지목됐다. 원·달러 환율이 2분기 말보다 약 11% 하락하면서 달러로 반도체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의 원화 환산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의 원가 증가와 가전 부문의 비용,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으로 제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하 구성 변화와 매출 인식 시점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190조원은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여러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시장 기대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AI 투자가 메모리 시장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번 실적 전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AI 투자 확대의 영향 범위다.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GPU와 HBM이 관심의 중심이었다. 현재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커지면서 서버용 D램과 저장장치 등 주변 메모리 시장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상당히 유리한 시장 환경이다.
두 회사는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까지 공급하는 세계적인 메모리 업체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메모리 종류와 용량이 늘어날수록 판매할 수 있는 제품 범위 역시 넓어진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실제 3분기 실적이 현재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지다.
현재 예상되는 190조원에 가까운 합산 영업이익이 현실화될지, 환율과 비용 증가가 예상보다 큰 영향을 줄지는 각 회사의 공식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AI 투자 확대가 HBM 한 제품의 호황을 넘어 전체 메모리 시장의 가격과 공급 구조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